전세 제도가 없어지고 있다 → 이것은 오히려 집값 하락 압력입니다.
많은 분들이
(1) 전세제도가 앞으로 없어질 것이고 → (2) 이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→ (3) 집값은 오른다
따라서 빨리 집 사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.
이는 전형적으로 양면을 보지 못하고 한 방향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입니다.
일단 현재 전세로 나온 집이 왜 전세로 나와 있는가?
99% 이 경우 집주인이 기존의 전세세입자를 내보낼 목돈이 없는 경우입니다.
안그러면 월세가 훨씬 남는 장사인데 집을 전세로 내보내는 착한 집주인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.
그렇다면 집주인들은 왜 전세세입자를 내보낼 목돈이 없을까?
이것은 십중팔구 이미 받은 대출 금액 때문에, 추가대출이 전세액 미만이기 때문입니다.
즉, 이런 상태의 집주인은, (본인이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) 시장에 "전세율 승수" 에 해당하는 유동성을 공급하게 됩니다.
예를 들어, 1억원을 모은 직장인 A 씨가 1억원 짜리 집을 샀습니다.
A 는 이 집을 8천만원 전세로 내보냅니다. (전세율 80%)
남은 8천만원은 은행에 예치되면 지급준비율만큼을 뺀 나머지가 "통화 승수" 의 영향으로 시장에 유동성으로 공급되고,
만약 또 8천만원짜리 집을 사서 전세를 내보내면 (편의상 전세율 또 80%) 6400만원을 손에 쥐게됩니다.
이렇게 받은 전세대금을 무한대로 부동산 시장에 넣는다고 가정하면,
직장인 A 가 모은 1억은 부동산 시장에 5억의 유동성으로 공급된 것입니다. (= 1억 / (1-80%))
실제로 이 "전세율 승수" 가 5배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만,
2배만 되더라도 A 가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순간 사태는 심각해집니다.
A 는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지만 세금만 나가고 전세로 내보내는건 금전적 의미가 없다고 보기에 월세로 전환하고자 합니다.
그러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.
(1) 8천만원을 대출해서 1억짜리 집의 세입자를 내보내고 월세 전환
(2) 나머지 집을 다 팔고 그 돈으로 1억짜리 집의 세입자를 내보냄
이 경우 나머지 전세놓은 집 수익률이 낮다면 (지금 금리가 낮아서 이렇죠),
당연히 모두가 합리적으로 (2) 를 고르게 됩니다.
즉, 부동산 시장에 공급되었던 "전세율 승수" 에 의한 4억이 회수된다는 말이 됩니다.
혹시 다른 집을 사지 않고 돈을 은행에 맡겼던 A 라면, 은행에서 돈을 찾아 세입자를 내보내게 되고
이러면 당장 부동산시장에서 돈이 빠지는 효과는 없지만 시중유동성이 줄어드는건 마찬가지 효과입니다.
즉, 어떤 경우이던, 전세를 월세로 전화하면 →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듭니다.
이러한 유동성 위기는 이미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.
지금 한국은행은 매우 저렴한 금리로 본원통화를 각 시중은행에 공급하고 있습니다.
하지만 늘어나는 본원통화에 비해서 현재 총유동성 지표는 형편없습니다.
바로 통화승수가 떨어지고 있는것입니다.
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통화 승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는 없지만,
워낙 부동산에 쏠린 돈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사라진 유동성의 역할도 작지 않을거란 생각입니다.
세 줄 요약
(1) 전세를 월세로 전화하면 집주인은 필연적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소멸시킨다
(2) 따라서 월세전환은 앞으로 집값 하락 압력이 될 수 있다
(3) 집 사는데 있어서 조바심 내지 말자